“신이 여성을 만들지 않았다면 그리지 않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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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신이 여성을 만들지 않았다면 그리지 않았을 것” 고통은 사라져도 아름다움은 영원하다…르누아르(RENOIR)

기사입력2016-09-08 11:20

전민지 객원 기자 (artalice.mj@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르누아르_ 목욕하는 여인들, 캔버스에 유채, 115.6×170cm, 1887,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신이 여성을 만들지 않았다면 자신은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거라는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의 작품은 유독 여성의 신체와 그들의 내면의 빛을 끌어올리는 듯 화사하고 온화하다. 르누아르는 주로 붉은 계열의 물감을 잘 쓰는 화가로 알려져, 이는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답고 따뜻한 빛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이다. 르누아르 특유의 부드러운 붓 터치와 여인의 살결 묘사에 많이 썼던 선홍빛 색감과 인상파 화가답게 꽃잎 위에 부드럽게 앉아있는 빛의 표현은 자연스럽고도 빼어나다.

영화의 배경은 노년의 생을 보내는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요양 차 이사를 간 프랑스 남부 마을이다. 르누아르는 그 곳에서 신경통과 관절염으로 쇠약해진 몸을 추스르며, 남은 시간 동안 아름다움을 남기려 한다.

영화 <르누아르> 포스터.

영화는 그림을 향한 르누아르의 편집증적인 집착과 화가로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세상에 남기려는 욕망을 보여준다. 온 힘을 다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반대로 르누아르의 모델 ‘데데’는 화사한 피부와 젊음의 싱그러움, 또한 톡톡 튀는 성격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 ‘데데’는 르누아르의 마지막 뮤즈로 화가의 그림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로 표현된다. <장미와 함께 있는 금발 여인, 앙드레, 1915~1917>은 실제 모델 데데를 그린 작품이다. 르누아르 둘째 아들인 ‘쟝’은 르누아르, 데데와 함께 삼각관계를 만드는 또 다른 등장인물이다. 이들에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존재한다. 그들의 서로 다른 예술관과 인생관을 감상하는 재미는 덤.

영화는 르누아르의 그림을 그대로 영상으로 재현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르누아르가 그림을 그리는 듯 하고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하다. 명상을 하듯, 그림을 감상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좋겠다. 르누아르는 ‘고통은 사라져도 아름다움은 영원하다’는 마지막 대사를 남기고 영화는 끝이 난다.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목욕하는 여인들> 완성 후 1919년에 사망하였다.(유튜브에서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생을 마감한 연도인 1919년에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2014.02.13. 개봉/111분/프랑스/드라마/청소년 관람불가/감독 질 부르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