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원료 제품 회수·환불이 해결책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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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가습기살균제 원료 제품 회수·환불이 해결책 인가 전수조사 등 근본조치 없으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우려

기사입력2016-09-28 17:3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교롭게도 집에서 사용 중인 치약은 메디안이었다. 3개 묶음 중 마지막 제품 그것도 반이상 사용하고 남은 메디안을 보며 입안이 저릿해지는 느낌은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아모페퍼시픽이 치약과 구강청결제 등에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C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와 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를 사용했다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발표가 있었던 26일 이후 전국이 다시 ‘케미포비아’에 휩싸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원료가 함유된 것을 확인한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후레쉬포레스트 치약’ 등 11개 제품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밝힌 회수이유는 ‘치약제에 허용되지 않은 원료가 함유됐기 때문’이었다. 식약처는 그러나 “미국은 CMIT·MIT를 치약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EU에서도 최대 15ppm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며 “이번 회수대상 11개 제품에는 CMIT·MIT가 0.0022∼0.0044ppm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고, 양치한 후 입안을 물로 씻어내는 제품의 특성상 인체에 유해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유해성은 없지만 전량 회수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적은 분량이지만 매일 수차례 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모페퍼시픽이 27일 자사 홈페이지에 띄운 교환·환불 공지 <자료=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이정미 의원은 또 아모레퍼시픽에 CMIT·MIT가 함유된 원료물질을 납품한 ㈜미원상사가 해당물질이 함유된 원료물질 총 12개를 30개 업체에 납품했다는 내용을 27일 추가로 발표했다. 연간 납품량은 3000톤이나 된다. 해당물질의 사용용도는 쉐이빙폼, 세안크림, 폼워시, 헤어샴푸, 바디샴푸, 비누, 세제, 치약, 구강세척용, 섬유세제, 화장품, 애완동물용 제품 등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세정·화장용품에 사용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 큰 문제는 30개 업체들이 수년간 가습기살균제 물질(CMIT/MIT)이 함유된 원료를 납품받아 어떤 제품을 만들어서 어떻게 유통시켰는지 알수 없다는 점이다. 의약외품인 치약과 구강청결제를 관리해야 하는 주무부처인 식약처는 이런 사실을 파악도 못하고 있어 ‘의약외품 관리’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의약외품인 치약의 안전관리가 엉망이라는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식약처가 한 일은 JTBC 방송 1시간 전에 정부가 이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발표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CMIT·MIT는 식약처에서 치약용으로 사용금지한 물질이고 이를 어기면 약사법 등에 의해 행정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이 의원에 따르면, 미원상사는 이 물질이 금지물질이라는 사실조차 몰랐고 아모레퍼시픽 또한 이 사실을 몰랐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홈페이지에 해당제품이 극미량 포함됐음을 확인했다며, 회수대상 11개 제품에 대해 교환 환불을 해주겠다고 공지했다. 절반가량 남은 치약을 들고 가 환불 받으라는 건가? 그럼, 그 동안 사용한 수십여개의 치약과 아직 확인조차 안되는 다른 제품들은 어쩌겠다는 것인지…. 회수·환불 만으로 마무리 지을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해당 원료물질에 대한 전수조사, 어떤 제품에 사용됐는지에 대한 점검 뿐만 아니라 해당 물질을 생활용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인지할 수 없을 만큼 천천히 미세하게 이미 진행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