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 법제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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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근로시간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 법제화 필요” 포괄임금계약 무효화하고, 1일 연장근로 상한 제도화도 시급

기사입력2024-03-08 10:3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는 지난해 3월 ‘근로시간 제도 패러다임 대전환’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그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를 통해 장시간 집중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필요한 업종과 직종에 대해서는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를 계속 모색하겠다고 했다.

박성우 민주노총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센터장은 새진보연합 용혜인 국회의원이 7일 개최한 ‘임금체불·노동시간 등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관련 평가 및 과제’ 토론회에서 이를 설명하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도의 원칙을 훼손하며 노동시간 제도와 현실을 수십 년 전으로 되돌리는 정책이었다고 꼬집었다.

◇1일 연장근로 상한 정하지 않았다=대법원은 지난해 12월7일 ‘1주간에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란 하루하루 연장근로 시간을 합산해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는지가 아니라 1주간의 근로시간 중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이 12시간을 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1일 연장근로 상한을 근로기준법에 정하고 있지 않은 입법적 불비가 낳은 결과였다.

박 센터장은 이에대해 1일 연장근로의 상한을 제도화하고 있지 않은 문제의 심각성이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특히 ‘밤샘근무’를 했더라도 바로 아침 정시출근을 해야 하는 등 휴식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데, 근로일간 최소 휴식시간 보장은 인간으로서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사안으로서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장시간 공짜노동 주범 ‘포괄임금제’=‘포괄임금제’를 장시간 공짜노동의 주범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박 센터장은 포괄임금제는 법에도 없는 제도이지만, 법원의 판례에 의해 인정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업무상 특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포괄임금제 자체가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 센터장은 포괄임금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와 별개로 포괄임금제의 가장 큰 현실적 문제점은, 이 약정이 체결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그럼에도 추가수당은 없다고 인식되는 심각한 실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법원이 연장근로에 대한 이른바 사전적 포괄적 동의를 인정하고 있다 보니, 입사 시 동의해야만 채용이 되는 현실에서 그렇게 체결된 포괄임금계약이 기한도 없는 연장근로 공짜노동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박 센터장은 포괄임금계약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규제 제도와 연장근로수당 제도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포괄임금계약 자체를 금지하고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상 특성이 있는 경우에는 현행 간주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 될 것이고,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경우를 포괄임금계약 금지의 예외로 하면 된다고 했다.

이밖에도 박 센터장은 출퇴근시간 기록관리가 과도한 감시 등의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정교하고 세심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하며, 근무시간 이후 SNS 등을 통해 업무연락이 빈번한데 ‘연결되지 않을 권리’의 법제화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사회적 이익상 야간근로가 필수적인 업무나 특별히 야간근로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외에는 원칙적으로 야간근로를 금지하는 입법도 필요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