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자·고숙련자도 대체…AI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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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고학력자·고숙련자도 대체…AI 영향을 받는다 AI 영향, 소득·학력 무관…격차 확대 심화, 평생 경력 지원체계 필요

기사입력2025-08-19 00:00

소득이나 학력과 무관하게 AI의 영향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AI의 활용이 직업 전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직무를 대신 수행하기 때문에, 고숙련 직종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최근 펴낸 ‘AI 시대의 일자리 변화와 정책 대응 전략’ 보고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진이 자사의 AI 코파일럿과 미국 직장인들이 2024년 중 9개월간 나눈 대화 20만건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분석결과, AI가 가장 잘하는 일은 ‘자료찾기’와 ‘글쓰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서작성, 편집, 정보조사, 상품 비교 같은 업무에서 사용자들의 만족도와 완료율이 가장 높았다.

반대로 시각디자인 및 예술 창작분야의 업무는 사용자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복잡한 수학적 원리를 사용한 데이터 및 과학 데이터 분석 또한 AI가 못하는 영역으로 나타났다. 고객과 직접 만나서 상담하거나,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AI에게 제한적이었다.

IMF의 2024년 연구결과, 생성형 AI의 보편화는 교육·금융·법률 등 고숙련 직종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AI 영향을 많이 받을 직업 1위는 번역가, 2위는 역사학자로, 이들의 업무의 절반을 AI가 도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직업을 보면, 승무원, 서비스업 영업사원, 작가, 고객상담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객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고객 문의사항에 답하는 등의 업무 비중이 큰 편이다.

소득·학력과의 상관관계의 경우, 고소득일수록 AI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일부 의견과는 달리 실제 연봉과 AI의 영향관계는 0.07로 거의 관계가 없는 수준이었다. 학력에서도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연구진은 “AI 기술이 특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과 기업들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하며, 새로운 직업의 등장과 기존 직업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것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 연구가 MS의 데이터만으로 분석됐으며, 타 AI 서비스의 사용패턴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한계점이 있다고 짚었다. 따라서 AI의 성능과 기능이 개선될 경우 AI가 잘하고 못하는 일은 변할 수 있지만, AI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직업군과 직무에 제한이 없다는 시사점은 의미가 크다.

‘직업 소멸’이 아닌 ‘직무의 진화’ 시작

보고서에 따르면, IMF의 2024년 연구결과 역시 고학력·고숙련 노동자조차 AI 대체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층은 AI에 더 많이 노출되지만, 소득이 높을수록 인간과 AI가 함께 일하는 직무에 있을 가능성(AI 보완성 지수)도 높게 나타났다. 즉 고소득층은 AI에 더 많이 노출되지만, “자신의 직무 혹은 업무가 AI와의 보완성이 크다면 향후 AI와 협업하며 더 큰 생산성 상승과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최근 세계경제포럼(WEF), IMF, ILO 등의 연구결과에서 “공통적으로 전체 직업군이 사라지기보다 직무 내의 일부 기능이 자동화 되거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등의 변화가 지배적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AI가 대체하는 것은 특정 직업 전체가 아닌 직무 내의 특정 업무”이기 때문에, “AI 시대의 일자리 변화에 대한 분석 및 정책 설계는 직업 단위보다는 직무와 업무, 역량의 단위로 정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 및 재교육 정책은 직무 수준에서의 영향도를 평가하고, 직무의 부분 자동화에 따른 인적 자원 재배치 시나리오를 마련해,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성형 AI의 보편화가 교육·금융·법률 등 고숙련 직종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근거로, IMF의 연구는 단편적인 교육 지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평생 경력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사실도 소개했다.

AI 발전의 혜택을 모두가 고루 누릴 수 있도록, 고용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ILO와 IMF 등의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층·대기업은 빠르게 AI 시대에 적응하는 반면 중소기업 및 취약계층은 점차 격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시장 취약군(여성, 청년, 저숙련 노동자 등) 대상의 재교육은 관련 플랫폼을 통한 경력 기반 추천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수 후 바로 취업·전직 연계가 가능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AI 시대의 인재 및 역량강화는 단순 정책을 넘어선 국가차원의 핵심 전략”이라며, “AI의 상용화는 반복적인 단순 업무뿐만 아니라 고급 지식 노동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하며, 이에 따라 일률적인 대응이 아닌 세분화된 전략적 접근과 맞춤형 대응체계의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