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3년…재해 예방 효과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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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중대재해처벌법 3년…재해 예방 효과 있었는가 스마트 안전기술 도입하고, 중소기업 맞춤형 지원 필요

기사입력2025-08-26 12:2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안호영·김주영·박희승 의원은 25일 ‘중대재해 예방과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모호한 의무 규정과 형식적 대응이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어, 스마트 안전기술을 도입하고 중소기업 맞춤형 지원을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종한 법무법인 청출 대표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김주영·박희승 의원이 25일개최한 ‘중대재해 예방과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세미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 성과와 한계에 대한 분석 및 미래 전략 제언’을 발표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엄벌주의 중심의 법제만으로는 안전사고 예방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국가가 나서서 맞춤형 지원과 스마트 안전기술 도입을 통해 사전 예방 중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최고 경영진이 안전을 비용이 아닌 최우선 가치로 인식하고,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도하는 데 핵심을 두고 있으며, 사회 구성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산물이다. 그러나 시행 3년간의 통계를 보면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2022년 644명에서 2023년 598명, 2024년 589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2024년에는 건설업만 줄고 제조업·기타 업종은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2025년 1분기에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사망 6명),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사망 4명) 등 대형사고로 건설업 사망자가 다시 늘어 일관된 감소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죽음의 외주화’ 여전=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법원 판결이 내려진 사건은 총 33건인데, 이 중 대기업은 1건, 중견기업 4건, 중소기업은 28건이었다. 특히 중소기업 사건의 절반 이상(15건)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박 변호사는 “대기업은 법률팀과 외부 자문을 통해 책임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취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전문 인력·재정·법률 이해 부족 등 삼중고 속에서 법적 책임을 온전히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원청과 하청의 형사책임을 분리한 첫 판례도 등장했다. 법원은 하청업체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원청 대표에게는 무죄를 선고해, 사실상 중소 건설사가 책임을 집중적으로 떠안는 구조적 불균형을 드러냈다.

◇“모호한 의무 규정”=박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가장 큰 한계를 ‘모호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에서 찾았다. 법은 처벌을 강화했지만 무엇을 해야 처벌을 피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기업들은 현장 안전 강화보다 서류상 체크리스트 작성, CCTV 설치 같은 면피성 조치에 몰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 로펌들은 이러한 불안감을 이용해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데, 대부분의 자문은 안전보건 책임자(CSO)를 따로 두어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분산시키거나, 지주사 설립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서류상 안전관리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등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법의 본래 목적이던 ‘안전한 조직문화와 시스템 구축’과는 거리가 먼 ‘형식상·서류상 안전’을 추구하는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그 결과 실제 판결에서도 실형 선고는 33건 중 5건에 불과했고, 대부분 집행유예로 마무리됐다. 박 변호사는 “문제의 근원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의 모호성과, 형사처벌은 사고라는 ‘결과’에 대한 ‘사후적’ 제재라는 본질적 한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 안전기술 도입=박 변호사는 “안전은 기업의 자발적 노력에만 맡길 수 없는 영역”이라며 국가의 적극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중소기업 맞춤형 가이드라인 제공 ▲안전 인력·매뉴얼 지원 ▲관급공사 가점 확대 등 실질적 인센티브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첨단기술 활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위치기반시스템(GPS/IoT)을 통한 실시간 위치 추적, AI CCTV의 보호구 미착용 감지, 웨어러블 센서를 통한 건강 이상 모니터링 등이 대표적이다.

박 변호사는 “이러한 스마트 안전기술은 인력 한계를 보완하고, 사후 처벌이 아닌 사전 예방으로 안전관리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의무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예방과 처벌의 균형을 찾고, 특히 스마트 안전기술을 통한 데이터 기반 관리로 지속가능한 안전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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